2010년 6월 15일 화요일

밥 한 끼 사주고 싶은 너!


<샘터 6월호에 기고한 글>
밥 한 끼 사주고 싶은 너!

가을 전어와 쌍벽을 이루는 봄 도다리를 먹어봤는가. 도다리는 광어와 비슷하게 생긴 생선이다. 광어보다 크기도 작아 회로 먹을 양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맛은 좋다. 도다리 한 점을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면 쫄깃함․ 담백함이 전해져 온다. 도다리 회 한 접시에 고추장과 배, 쑥갓, 미나리 등을 넣고 물을 조금 부으면 포항 대표음식인 ‘물회’가 된다.

4월 초 나는 도다리 같이 알찬 맛을 지닌 한 기업을 취재하기 위해 포항을 방문했었다. 내가 방문한 회사는 직원이 170명 정도 되는 중소기업이었다. 그곳은 합금철을 만드는 회서였다. 생산과정을 보기 위해 공장에 들렀다. 공장엔 전기로 네 대가 가동되고 있었고 그 안엔 망간, 코크스 등 광물이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은 그 온도가 1500℃나 됐다. 4층 높이에서도 수증기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자세히 아래를 살펴보니 쇳물이 흐르는 통로 옆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장비를 꼼꼼히 착용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 ‘얼마나 뜨거울까’란 생각이 들자 괜스레 마음이 먹먹해졌다.

공장 방문을 마친 뒤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죽도시장 안의 한 횟집이었다. 내가 “아까 뜨거워서 혼났어요”라고 엄살을 부리자 한 직원이 손을 내밀었다. 검붉게 달아오른 퉁퉁 부은 손이었다. “철강 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이 다 이래요. 매일 뜨거운 수증기에 노출되고 금속 독이 올라 이렇게 징그럽게 변해요”란 말과 함께.

포항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 투박한 인부들의 손이 떠올랐다. 땀과 수고를 머금은 그 손은 오늘도 힘차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봄엔 내가 그들에게 풍미가 좋은 도다리 한 접시로 밥 한 끼 사주고 싶다. “힘내세요!”

-2010년 5월 중소기업 심팩에이엔씨(SIMPAC A&C) 방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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