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6일 금요일

김미화를 위한 변명

KBS ‘9시 뉴스’에 KBS가 출현했다. ‘블랙리스트’란 말로 자사를 비방한 방송인 김미화의 글에 반박하기 위해서다.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데, 이 공공재는 소유주가 있는 사기업처럼 자기방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억울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김미화는 일개 코미디언 아닌가. 또 블랙리스트가 있냐고 물었지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없으면 ‘없다’고 말하면 될 것을 ‘9시 뉴스’를 통해 방송한 것은 조금 비겁했다. 그런데 방송 후 대중의 비난은 ‘김미화’에게 쏠렸다. 공인인데 경솔했다는 게 죄명이다.

사건은 결국 ‘공인과 트위터’란 논란으로 접어들었다. KBS의 주장은 사회적 지위와 권위가 있는 공인이 인터넷 활동을 하는데 보다 무거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단 것이다. 특히 트위터는 ‘무한 알튀(RT)’라는 기술로 메시지가 무한 전파돼 파급효과가 크다. 이 논리를 대입하면, 공인인 김미화는 공인으로서 책임을 방기했고, 그로 인해 유언비어가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감으로써 KBS는 앉은 자리에서 ‘핵폭탄’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비약이 있다. 먼저 김미화는 공인이지만 전문가도 정치인도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코미디언이다.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건 ‘전문자적’ 포스 때문이 아니라 나와 닮은 ‘비전문가’의 향수 때문이다. 또 트위터의 파급효과가 크다 한 들 방송에 비할 수 없다. 20~30대 사용자가 주계층을 이루는 트위터의 ‘글’이 전 국민이 시청하는 9시 뉴스와 비교될 수 없는 이유다.

KBS의 과잉 반응은 최근 KBS를 둔 다양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무리수다. 다시 말해 ‘김미화 블랙리스트’ 사건을 본보기로 논란을 잠재우려했단 말이다. 김인규 KBS 사장 내정 때 불거진 청와대 ‘낙하산’ 의혹부터 시사 프로그램의 지나친 ‘정부 편향적 내용’은 줄곧 비판받아왔다. 또 지난해 폐지된 문화교양 프로그램도 사실 외압이 있었다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발언 등도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는 발 없는 말을 키웠다. 김미화는 총대를 멘 것뿐이다. 반성을 해야 할 주체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KBS인데, 적반하장 격으로 KBS는 ‘김미화’를 고소하는 행동은 자충수에 가깝다.

김미화와 KBS의 싸움은 엉뚱하게 ‘트위터 규제론’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 선거운동에서 ‘트위터 활용 규제’를 위한 법 개정 논란이 한차례 있었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은 트위터의 파급력에 놀랐고, 이후 트위터가 ‘유언비어’ 양산지가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보수언론도 트위터가 ‘소통의 통로’가 아닌 ‘음란물의 통로’라는 기사를 실어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의도와 달리 사건은 트위터의 ‘위험성’과 ‘책임성’만 주목한 채 관련 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가해자 김미화, 목격자 국민, 피해자 KBS로 정리되며 재판은 정치권이 맡는 모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다. 공인도 국민의 일원으로 의무에 앞선 권리가 주어진다. 트위터는 마이크로 소셜 네트워킹으로 자리 잡으며 보다 넓고 활발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막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며, 어른처럼 행동하길 강요한다고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대화’가 먼저다. 소통 후에 규제해도 늦지 않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